[시사타임즈 = 하승우 시사타임즈 논설위원] 정치권력은 도도하게 흐르는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에 불과하다. 민심을 수용하고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정치만이 정당성을 얻는다. 그러나 최근 여권을 주도하는 청와대 주변의 정치가 보여주는 행보는 민심의 바다를 무시한 채 자신들만의 거친 노젓기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권력의 단맛과 친여권 성향 189석 의석이라는 무소불위의 힘에 취한 나머지, 자신들이 강하게 밀어붙이면 국민이 환호하고 따라올 것이라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다. 입법, 사법, 행정을 독점하다시피 한 여당의 서슬 퍼런 일방독주가 거듭될수록 돌아오는 것은 찬사가 아니라 서늘하게 식어가는 국민적 지지율과 냉담한 민심의 역풍이다.
최근 여권이 강행 처리한 것이나, 추진 중인 일련의 법안들을 살펴보면, 이것이 과연 민생을 살리고 국가 미래를 위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의 본래 목적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쏟아지는 수많은 입법안은 국민의 일상에 말할 수 없는 불편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시장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며, 국민 개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억죄는 조항들이 가득하다. 오죽하면 시장과 현장에서는 "이 정도면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법이 아니라 나라가 망하라고 만드는 법안이 아니냐?"라는 탄식까지 터져 나오고 있겠는가. 정치가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국민의 발목을 잡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현실은 입법 권력의 비대화와 오만이 초래한 명백한 폐해다.
지방 자치와 현장 공권력 역시 이러한 오만함의 파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의 중대 정책을 진영 논리와 성과주의로 압박할 때, 일선 행정과 치안 조직은 민생 보호라는 본연의 의무를 잊고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에 빠지기 마련이다. 법치와 사법 정의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흔들릴 때 현장 공직자들은 국민이 아닌 권력자의 눈치를 먼저 살피게 되며, 이는 곧 도덕적 해이의 만연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치적 난맥상과 오만함은 지방 행정과 공권력의 현장에서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경찰의 엄중한 증거인멸 및 비위 의혹, 제주 서부경찰서의 실종 사건 허위 종결 및 수사 미입력 사태 등 연이어 드러난 공권력의 부패와 이반 현상은 공직 사회 전반에 퍼진 도덕적 해이와 책임 의식 결여를 바로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도민과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할 사정기관의 핵심인 경찰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부패에 물드는 순간,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광주의 역풍과 청정 평화의 섬 제주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경찰의 비위 소식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으며, 민심은 이미 차갑게 돌아서고 있다. 권력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사적 이익이나 진영의 논리에 몰두할 때, 그 하부 조직과 공직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고 부패하는지를 광주, 제주 경찰의 사례가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 스스로가 법치를 훼손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 사회의 붕괴야말로, 중앙 권력의 오만이 가져온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결국 정치와 공권력이 본분을 잊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할 때 남는 것은 국가적 혼란과 국민의 고통뿐이다. 강한 추진력이라는 미명 아래 수행되는 일방적인 입법 폭주와 오만한 국정 운영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으며, 추락하는 지지율은 이를 경고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의 시그널이다.
지금이라도 여당과 정치권은 권력의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잘못된 법안으로 국민에게 가해지는 불편을 겸허히 인정하고, 광주, 제주 경찰 부패 사건처럼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나서야 한다. 사정기관을 정치의 도구로 삼거나 진영 세력의 방패막이로 소비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는 한 공직 기강의 확립은 불가능하다. 국민을 이기려 드는 권력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역사의 경고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노를 내려놓고 민심의 바다 앞에 겸손해지지 않는다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거센 역풍과 거대한 침몰뿐이다.
글: 하승우 시사타임즈 논설위원,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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