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저 | 소원나무 | 248쪽 | 16,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제2회 소원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푸울에 풍덩』은 근대를 배경으로 수영 선수를 꿈꾸는 열다섯 소녀 하도란의 삶을 그린다. 1930년대 경성 거리와 근대식 수영장 풍경을 사실감 있게 담아내고, 여성 청소년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꿈을 향한 열정을 세밀하게 그려 낸다. 도란은 시대, 출신, 가족에 얽매인 삶에서 놓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이름으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좌절과 희망을 반복해 겪으며 단단해지는 청소년의 모습은 시대를 건너 현대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전한다.
1930년대 후반, 월미도에서 나고 자란 열다섯 소녀 ‘하도란’은 어느 날 물에 빠진 또래 소녀를 구해 낸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도란은 오빠를 따라 경성으로 상경하고 경성수영장 앞에서 자신이 구했던 그 소녀 ‘규옥’을 다시 마주한다. 그 우연한 재회는 도란을 새로운 세상, 푸울의 세계로 이끈다. 근대식 수영장인 푸울에 첫발을 디딘 도란은 수영에 푹 빠지고, 수영 장학생을 넘어 수영 선수라는 새로운 꿈을 꾼다. 하지만 현실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
1930년대 후반, 월미도에서 나고 자라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도란은 어느 날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또래 소녀 규옥을 구해 낸다. 규옥은 자신은 ‘푸울’에서만 수영해 보았다며, 경성수영장에 오면 꼭 자신을 찾으라는 말을 남긴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오빠를 따라 경성으로 상경한 도란은 경성수영장 앞에서 규옥과 다시 마주친다.
그날의 우연한 재회는 도란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난생처음 푸른 물이 일렁이는 근대식 수영장 푸울(pool)에 발을 디딘 도란은 새로운 호흡과 영법을 배우며, 새로운 꿈을 꾼다. 글공부 한번 해 본 적 없던 삶에서 벗어나 수영 장학생으로 학교에 가고 정식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꿈이 생기자 도란의 삶도 달라진다. 태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한다. 수영 강습회에 등록하고 강습료를 벌기 위해 설렁탕집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시대나 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길을 향해 기꺼이 뛰어든다. 비록 그 선택이 눈앞의 거대한 현실을 단숨에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도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오직 자신만이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물결을 이어 가며 삶을 변화시켜 나간다.
매일 푸울에서 물살을 가르며 도란은 수영 그 자체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매섭게 도란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여자가 무슨 수영이냐는 부모님의 편견과 오빠의 거센 반대, 수영 강습회원들의 차가운 견제까지 겹치며 도란은 거친 파도에 휩쓸린다.
그때, 도란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유일한 조력자는 경수다. 남몰래 밤마다 수영장 문을 열어 주는 경수 덕분에 도란은 고요한 물속에 잠겨 시대, 출신,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해방감을 느낀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경수 역시 수영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도란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밤의 푸울은 억압받는 두 사람이 잠시나마 현실의 짐을 내려놓고 서로에게 깊은 연대를 보내는 안식처가 된다.
작품은 도란의 주변 인물들에게도 저마다의 깊이 있는 서사를 부여해 이야기의 결을 한층 풍성하게 채운다. 가족, 경쟁자, 조력자 등 다채로운 인물들과 부딪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도란은 한 뼘 더 성장한다. 좌절하고 희망하며, 캄캄한 현실 속에서도 빛나는 꿈을 향해 유영하는 도란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짙은 몰입감과 풍부한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수영 대회에 출전한 도란은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온몸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낸다. 마침내 수영 장학생이 될 기회를 얻지만, 뜻밖의 조건이 도란을 멈춰 세운다. 맞지 않는 이름표를 달고 보장된 성공의 길을 갈 것인가, 돌아가더라도 온전한 나의 이름으로 살아갈 것인가. 치열한 고민 끝에 도란은 기꺼이 후자를 택한다.
도란의 선택은 일제 강점기라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치열한 경쟁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흔들리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성공의 길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돌아보며 ‘나답게 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일깨운다.
이재은 작가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를 살아 낸 평범한 청소년인 도란의 꿈과 도전에 집중한다. 혼란과 탐색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이 역사적 사명감까지 짊어지지 않기를,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다정함이 믿음직스럽다. 그 다정한 응시는 지금 불안 속에서도 묵묵히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 그리고 앞으로 빛나는 꿈을 찾아 나설 이들에게까지 향해 있다. 『푸울에 풍덩』을 펼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세상을 유영하는 벅찬 해방감을 느끼길 바란다.
작가 이재은 소개
좋아하는 게 많아서 마음이 늘 분주하다.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 느릿느릿 산다. 좋아하는 동시에 괴로운 건 글쓰기뿐이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훨씬 더 커서 어쨌든 쓰고 있다. 그동안 SF소설 『브이 캡슐』, 어린이 논픽션 『편의점을 털어라! : 역사편, 지리편』, 『기후 위기 CC스토어』 등을 썼다. 『푸울에 풍덩』으로 제2회 소원청소년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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