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와 5개의 의원실(현시점 기준)의 공동주최로 9월 21일, 오후 2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토론회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 - 프랑스 형법상 강간죄 개정과 한국 사법의 과제>가 개최됐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기 위해 연대하는 200여개 여성인권단체의 연합체이다.
2025년 10월, 프랑스는 형법상 강간죄의 정의를 기존의 유형력 중심에서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중심으로 판단하도록 개정했다. 새로운 법은 동의를 자유롭고 정보에 기반하며 구체적이고 사전에 철회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침묵이나 반응 없음만으로 동의를 추론할 수 없음을 명시했다.
주최측은 “반면 한국의 형법은 여전히 1953년 제정 당시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강간죄의 핵심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프랑스 형법 개정이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짚고, 한국의 강간 사건 판단 과정, 개선 방향을 다루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의 사회로 시작된 토론회는 먼저 ▲산드린 미라벨로(프랑스 알레스 지방법원 검찰청 성폭력 및 가정폭력 전문 검사) : 프랑스 형법 ‘동의 기준’ 개정 후 성폭력 수사·기소·재판 ▲전윤경(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프랑스 형법의 비동의강간죄 도입 및 그 시사점 등을 발제했다.
산드린 미라벨로 검사는 개정 프랑스 형법(제2025-1057호)을 바탕으로 프랑스 형법 안에서 성폭력의 법적 정의가 폭행·협박에서 '동의(Consentement)' 중심으로 재정립되었다고 소개했다. 이 법상 동의는 사전·명시적이고 자발적이어야 하며 언제든 철회 가능하고, 피해자의 침묵이나 저항 부재를 동의로 추론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미라벨로 검사는 “이러한 변화가 무죄추정 등 형사법의 원칙이나 증거규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사·재판 과정에서 동의 유무를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심리 기준을 전환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수사 현장에서는 정밀 의료검사, 위치·통신 추적, 주변인 진술 등 객관적 정황 증거를 직접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라벨로 검사는 2025년 프랑스 형법 ‘동의 기준’ 개정 이후, 강간 신고건수가 2배로 늘어났다고 밝히며, “과거에 비해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신고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현재 프랑스 형법과 제도는 여전히 끊임없는 개선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번 ‘동의 기준’ 개정은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 입증을 요구하던 기존 형사 사법 틀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동의를 통해 성적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법률적 구조를 만들어가는데, 긍정적 시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윤경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 법체계에서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폭행·협박을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제는 ‘동의’를 중심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동의는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하나의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해서 다른 성적 행위까지 동의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각각의 행위에 대한 개별적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사법체계 안에서 법관에 따라 ‘최협의의 폭행·협박’에 대한 해석이 달라 어떤 행위가 성폭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에 충실한 법률 규정을 마련하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으며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하는 등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피해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동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평등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는 △최란(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송지은(성평등가족부 성폭력방지과 과장) △전지혜(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여성폭력정책계장) 등이 나섰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강간문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법률이 최대한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며 “현재 프랑스사회에 강간과 성폭력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사회 역시 강간과 성폭력의 새로운 정의가 절실하다”면서 “앞으로 ‘동의’와 성적자기결정권의 보장이 성폭력 법체계에 반영되도록 한국의 여성인권단체들도 필요한 공론장을 형성하고 요구하도록 다양한 실천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 중 다른 폭력 유형에 비해 성적 폭력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외부에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특히 ‘아내강간’을 인정했던 판례는 최협의설에 입각하고 있으며, 지금의 현실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혼인은 관계의 동의일 뿐, 모든 성관계의 동의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하며, 이에 대한 동의 여부로의 강간죄 구성요건, 배우자 간의 성폭력 명문화, 친밀한 관계 내 성적 폭력 가시화, ‘동거 의무’가 ‘성관계 의무’가 아님을 명시하는 민법 개정 등이 필요하며, 성폭력을 포함하여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은 “비동의간음죄를 둘러싼 논의가 동의유무를 논하는 단순한 이분법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면서 “진정한 과제는 성폭력의 실질을 포착할 수 있는 구성요건을 마련하면서도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적와 검사의 증명책임을 흔들지 않는 제도를 만드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송지은 성평등가족부 성폭력방지과 과장은 “성폭력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평등한 관계에 대한 인식 결여로 발생하며,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된다면 타인과 성적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을 존중하고 분명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고 평등문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성숙한 인식과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보편적 관점에서 동의 여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지혜 여성폭력정책계장은 법률과 현실의 간극이 피해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며, 이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이런 이유로 법 개정만으로는 수사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고, 2차피해를 줄이려면 결국은 경찰의 수사 프로토콜에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더불어 “현재 한국사회에도 미라벨로 검사님이 언급한 성폭력 피해자 표준조사 모델, 아동이나 장애인에 대한 조사기법, 아동친화형 조사실 등 여러 가지 소통을 조력하는 도구들이 마련되어 있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이것들을 더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함께 형법 개정 이후 프랑스의 수사프로토콜에 발생한 변화에 대해 궁금증을 표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222개 여성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서미화, 이주희 국회의원, 조국혁신당 정춘생 국회의원,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 등의 공동주취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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